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 대하여

* 출처: 수원화성과 정약용 <이정범 글, 이용규 그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 대하여

정약용은 화성을 설계하면서 성의 크기, 성을 쌓는 재료, 성벽 밑에 만든 참호, 기초 다지기, 돌 뜨기, 길 닦기, 수레 만들기, 성을 쌓는 방법 등 여덟 가지 기본 계획을 만들었다.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여덟 가지 기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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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의 크기

정약용은 화성의 전체 길이를 4.2 킬로미터로 잡았다. 그런데 실제 성을 쌓이면서는 길이가 늘어나 5.3킬로미터가 되었다. 또 성벽의 높이는 약 7.7미터로 잡았다.

2) 성을 쌓는 재료

성을 쌓는 재료에는 돌(석성)이나 흙(토성), 또는 벽돌(전성) 등이 있다. 흙으로 쌓을 경우 성벽에다 회를 발라야 하며 얼어 터지거나 물이 스며드는 문제가 있어 화성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또 벽돌로 쌓는 것도 제때에 수십만 장의 벽돌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이에 정약용은 화성을 돌로 쌓는 것이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

3) 참호

정약용은 유럽의 성들을 연구하면서 성 둘레에 구덩이인 참호를 파고 물을 가두어 두면 적들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성벽 밑에 참호를 파고 참호를 팔 때 나온 흙은 성 안쪽에 높이 쌓아 성을 튼튼히 만들기로 했다.

4) 기초 다지기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필요한 것처럼 성을 쌓을 때도 반드시 기초를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벽이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성의 기초를 다질 때 수원의 여러 냇가에서 나오는 조약돌을 이용하는 방법을 내놓았다.

5) 돌 뜨기

성을 쌓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돌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정약용은 산에서 돌을 캘 때 미리 크기를 정해 그대로 자르도록 했다. 이때 돌의 크기를 큰 돌, 중간 돌, 작은 돌 등 세 가지로 나누었고 큰 돌은 성벽의 아랫부분, 중간 돌은 가운데 부분, 작은 돌은 윗부분에 각각 쌓도록 했다.

6) 길 닦기

성을 쌓을 때 필요한 돌과 나무, 벽돌, 기와 등을 옮기려면 곧고 평평한 길부터 닦을 필요가 있었다. 정약용은 이러한 길을 닦아 성을 쌓을 때 이용하고 나중에는 백성이 드나들거나 장사를 할 때 이용하도록 했다.

7) 수레 만들기

정약용은 돌을 나를 때 수레를 많이 이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썰매를 큰 수레 등 옛날부터 쓰던 운반 도구 대신 값싸고 편리한 수레인 유형거를 직접 설계했다.

8) 성을 쌓는 방법

화성을 가만히 살펴보면 성벽의 모양이 구불구불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성을 쌓으면 일직선으로 쌓는 것보다 훨씬 튼튼하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또 성벽 높이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성의 위쪽을 아래쪽보다 밖으로 튀어나오게 했다. 이렇게 하면 성이 튼튼해지고 적들이 성을 타고 오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성을 쌓는 기술자들은 위쪽을 내어 쌓을 경우 돌이 떨어질지 모른다며 곧게 수직으로 쌓았다.

정약용은 이러한 기본 계획을 세운 뒤 성 안의 여러 가지 시설물에 대해 자세한 설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정리한 <옹성도설>,<누조도설>,<현안도설>,<포루도설> 등을 지어 정조에게 올렸다.

화성은 수많은 건물과 방어 시설을 갖춘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200년 전의 선조들이 이처럼 거대한 성과 여러 가지 건축물을 2년 8개월 만에 완성시켰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정조의 뒷받침과 성을 쌓았던 기술자들의 열정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성을 쌓기 전 동양과 서양의 성이 가진 장점을 살려 치밀한 설계도를 만들어 낸 정약용의 실학 정신과 채제공, 조심태 등 현장을 지휘했던 관리들의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화성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데에는 특히 <화성성역의궤>의 구실이 컸다.

1997년, 유네스코의 조사관들이 화성을 방문해 가장 먼저 감탄한 것은 <화성성역의궤>를 보았을 때였다. 그리고 이때의 현장 방문이 끝난 뒤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화성은 동서양의 발달된 과학적 특징이
통합된 건축물이다.
특히 18세기의 동양 성곽을 대표하는
매우 뛰어난 군사 건축물로 평가된다.

 

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이로써 화성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우리 민족의 재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